2025년 5월 13일(현재시간),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는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하여 6000억 달러 규모의 투자 협약을 체결하고, 시리아에 대한 제재 해제를 선언하며, 중동 외교의 새로운 장을 열었습니다. 이번 외교 행보는 단순한 경제 협력 이상으로, 정치적 욕망과 이해가 얽힌 복합적 관계의 전형입니다. 본 글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사우디 순방을 불교의 12연기 관점에서 분석하며, 정치적 결정이 욕망을 통해 고통의 연쇄로 어떻게 이어지는지를 고찰합니다.
1. 트럼프와 사우디의 전략적 밀월
1.1. 사우디의 욕망: 이란 견제와 중동 주도권 강화
사우디아라비아는 이슬람 세계 내 수니파의 맹주로서의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전통적인 적대 관계에 있는 시아파 중심국가 이란과의 경쟁을 주요 외교 전략의 축으로 삼아왔습니다. 트럼프 대통령과의 밀접한 협력은 이란을 외교·경제적으로 고립시키고, 핵개발 및 시리아 개입 문제를 국제 사회의 주요 이슈로 부각시키는 데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게 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2018년 이란 핵 합의(JCPOA) 탈퇴와 함께 강력한 경제 제재를 가했고, 이 과정에서 사우디는 사실상 미국의 중동 파트너로서 역할을 확고히 했습니다. 방대한 1420억 달러 규모의 무기 거래는 사우디의 군사적 역량을 강화함과 동시에, 미국 군산복합체의 이해관계도 충족시키는 구조로 작동했습니다. 이 군사 협력은 단지 방어 차원을 넘어서, 사우디의 패권적 지위 확대를 뒷받침하는 실질적 수단이 됩니다.
1.2. 시리아 제재 해제: 새로운 기회의 문
트럼프 대통령은 2025년 5월, 시리아에 대한 경제 제재 일부를 해제하며 “새로운 시작의 기회”와 “평화와 재건의 시대”를 언급했습니다. 이 조치는 표면적으로는 인도주의적 지원과 평화 정착을 위한 외교적 유화 제스처로 보일 수 있지만, 실제로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전략적 이해관계를 염두에 둔 결정이기도 합니다.
시리아는 지난 10년간 내전으로 인해 국토의 대부분이 파괴되었고, 재건을 위한 천문학적 투자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사우디 기업과 국부펀드(PIF)**는 이 기회를 활용해 시리아 인프라 건설, 석유·가스 산업, 도시 개발 프로젝트에 진출하려는 움직임을 보여왔습니다. 동시에, 시리아 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던 이란과 러시아의 입지를 약화시키고, 사우디 주도의 아랍 중심 재건 질서를 만들 수 있는 기회로 간주됩니다. 이처럼 경제적 이익과 지정학적 패권이 겹친 상황은 단순한 제재 해제를 넘어선 복합적인 외교·경제 재편 전략입니다.
1.3. 비즈니스 밀월과 사적 이해관계
트럼프 대통령의 사우디 방문은 전례 없는 국빈급 환대와 사적 계약의 밀착이 함께한 이례적 사건으로 평가됩니다. 사우디는 트럼프 가족을 위한 황금검과 아라비아 말 환영식, 전용 연회, 리야드 전광판 환영 메시지 등으로 외교적 환대를 넘은 '특별 대우'를 보여주었고, 이에 대해 미국 내 정치권과 언론에서는 "공공 외교가 아닌 개인 외교"라는 비판도 제기되었습니다.
특히 트럼프 타워 제다 프로젝트, 리야드의 트럼프 골프장 개발 가능성, 쿠션드 호텔 프랜차이즈 계약 논의 등은 단순한 외교적 접근을 넘어, 트럼프 가문과 사우디 왕실 간의 사업적 이해관계가 깊숙이 얽혀 있음을 드러냅니다. 트럼프는 이 관계를 ‘아라비아식 기적’이라 칭하며 “미국의 개입 없이도 이룬 자주적 발전”이라고 주장했지만, 이는 역설적으로 미국 내 자산가계급과 권력집단 사이의 유착을 정당화하는 정치적 수사로도 해석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밀월은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을 노리는 시점에서 국내 정치 기반 강화, 재계 후원 확보, 중동 내 이미지 제고 등 복합적인 목표와 연결되며, 정치와 경제, 공적 권한과 사적 이득의 경계를 흐리는 양상도 보여줍니다.
Trump's Middle East visit comes as his family deepens its business, crypto ties in the region
President Donald Trump's trip to the Mideast comes as sons Donald Jr. and Eric work the same part of the world for the family’s moneymaking opportunities.
apnews.com
2. 불교의 12연기로 본 트럼프–사우디 관계
불교의 **12연기(十二緣起)**는 모든 현상이 원인과 조건에 따라 상호 연관되어 있다는 가르침입니다. 이를 통해 트럼프와 사우디의 관계를 바라보면, 그들의 정치적 행동은 단순한 선택이 아니라 무명에서 비롯된 욕망의 연쇄 속에서 형성된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2.1. 무명(無明): 진실을 보지 못한 시작
트럼프와 사우디의 정치적 결합은 무명에서 시작됩니다. 이는 세계의 복잡성을 단순화하고, 권력과 이익을 우선시하는 자기중심적 관점에서 출발한 정책 결정을 의미합니다. 인권 문제, 내전의 고통, 지정학적 구조의 복합성 등은 무시되며, 오로지 통제와 영향력 확보라는 이익에만 초점이 맞춰집니다.
2.2. 애(愛)와 취(取): 욕망의 형성
트럼프는 정치적 명성과 경제적 성공을, 사우디는 안보 보장과 지역 패권을 추구합니다. 이들의 욕망은 서로에게 집착(取)하게 만들고, 이를 만족시키기 위한 정치적 선택들이 이어집니다. 시리아 제재 해제, 무기 거래, 투자 유치 등은 모두 애(渴愛)와 취(執取)의 결합 구조로 설명됩니다.
2.3. 유(有)와 생(生): 구조화된 고통
욕망은 결국 정치적 **존재 구조(有)**를 만듭니다. 미국은 무기를 팔고 영향력을 유지하며, 사우디는 무장을 강화하고 지역에서 주도권을 추구합니다. 이 구조는 **생(生)**으로 이어져 중동 내 갈등, 무력 충돌, 그리고 억압된 사회 시스템을 지속시키는 고통의 재생산을 유발합니다. 이 모든 것은 결국 **노사(老死)**로 이어지는 쇠퇴와 파괴로 귀결됩니다.
3. 트럼프의 언설과 무상의 역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순방에서 서방의 개입을 비판하며, 중동의 발전은 내부 역량으로 이루어졌다고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동시에 막대한 외국 자본과 군사 장비, 서구 기업 CEO들과 함께한 비즈니스 정상회담을 통해 전형적인 외부 개입을 실천하고 있었습니다. 이는 불교의 무상(無常) 개념과 충돌합니다. 트럼프는 영원하고 강력한 동맹을 언급했지만, 모든 관계는 조건에 따라 생겨나고 사라지는 무상의 흐름 속에 놓여 있습니다.
4. 마무리: 고리를 끊을 수 있는가?
트럼프와 사우디의 관계는 욕망과 무명에서 출발한 연기적 고통 구조의 한 예입니다. 이는 단기적인 이득을 창출할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갈등의 재생산과 불안정의 구조를 고착화할 수 있습니다. 불교의 가르침은 말합니다:
"고는 집착에서 생기고, 멸은 집착을 버릴 때 가능하다."
지속 가능한 평화는 욕망에 기반한 정치가 아니라, 욕망을 자각하고, 고통의 구조를 직시하며, 자비와 지혜로써 새로운 길을 선택하는 데서 시작됩니다.
정치와 외교의 본질은 관계입니다.
이 관계는 우연히 생기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조건과 배경 속에서 만들어지는 **‘인연’(因緣)**입니다.
인연은 언제나 일정한 조건 아래에서 생겨나고, 그 조건이 변하면 관계도 함께 변합니다.
즉, 오늘의 우방이 내일의 적이 될 수 있고, 어제의 적국이 오늘의 동반자가 될 수도 있습니다.
이것이 불교의 **연기(緣起)**이며, 정치와 외교의 생생한 현실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외교관계는 "영원한 적도, 영원한 동지도 없다"는 말처럼, **고정된 실체가 아니라 조건에 따라 움직이는 ‘관계망’**입니다. 이 조건들에는 경제적 이해관계, 안보 위협, 국민 여론, 외교 전략, 지도자의 성향 등이 포함됩니다.
문제는, 때때로 이 조건들이 집착과 탐욕(애·취·유)의 형태로 굳어져 고통을 낳는다는 것입니다.
동맹을 이유로 침묵하는 인권 침해, 적대감으로 반복되는 군비 경쟁, 이익을 좇다 발생하는 환경 파괴처럼 말이죠.
따라서 진정한 해법은 고정된 틀에 갇히지 않고 조건을 바꾸는 실천에 있습니다.
탐욕 대신 공존, 증오 대신 이해, 무지 대신 지혜로 조건을 바꿔야 합니다.
그것이야말로 고통의 고리를 끊고, 보다 건강한 국제관계와 인류 공동체로 나아가는 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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